[소설 유비헌터]

작성일:2004.2.28


[소설 유비헌터] (1) 6년만의 재회

대학교 정문앞에서 한 사내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밤새 내린 눈은 제설작업이 끝난 도로를 제외하고 땅위를 온통 하얗게 뒤덮은 채 그대로 있었다. 입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허연 김은 얼굴주위를 감싸면서 마치 봄날의 아지랑이마냥 유난히 추운 날씨를 즐기는 듯 했다. 바닥은 눈과 얼음이 뒤섞여 얼어 붙어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질 듯이 위험스러워 보였다. 사실 요 몇 년동안 겨울만 되면 날씨가 유난히 추웠다. 빙하기가 찾아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최저 기온이 영하2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부쩍 많아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내는 추위를 안타는 걸까? 아니면 추위를 즐기는 걸까? 그의 얼굴은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추위와 한껏 놀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입김을 내뿜는 모습은 포장마차의 뜨거운 오뎅국물이 하품하는 듯 우스꽝스러 보였다. 그리고 뜀뛰기 하듯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재미있어 보였다.

발의 뜀뛰기가 계속될수록 신발에서 무언가 반짝거림이 빨라졌다. 신발의 온도를 나타내는 온도램프의 표시였다. 발의 움직임에 의한 진동을 전기로 바꾸어 신발에 내장된 미세한 열선이 열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신발 안쪽에 내장된 온도센서가 온도를 측정하여 램프로 표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날씨가 너무 춥다보니 동상을 방지하기 신발에 내장되어 있는 열선을 동작시키는 신발이었다. 얼마전에 새로 산 보온구두가 오늘 같은 날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신발의 온도를 굳이 알 필요는 없으나 온도에 따라 램프의 색깔과 깜박임 속도가 달라져서 재미있는 악세사리 정도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는 반짝거리는 불빛이 좀 촌스럽다고 생각한 것일까? 허리를 구부리더니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 내어 신발에 달린 액세서리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러자 램프에서는 더 이상 불빛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어제 밤에 놀다가 집에 가면서 심심해서 불빛이 나게끔 조정해 놓았는데 깜빡 잊었던 것이었다. 캄캄한 밤에 반짝거리를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도 재미있는 일중에 하나이다. 요즘에 신발이며, 옷이며, 모자며 이러한 발광 형태의 제품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원래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들이었는데 뭔가 색다르고 튀기를 좋아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유행이 번지고 있었다.

다시 일어선 그는 주머니속에서 핸드폰 악세사리를 만지작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서 잠깐 시간을 확인하더니 누군가를 찾으려는 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자세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가 살펴보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대부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들이었다. 그렇다. 오늘은 대학 신입생 첫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나오는 학교에 신입생들은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교문을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사내도, 아니 그의 이름은 유석이다.  유석이도 Y대에 합격을 하여 오늘 처음으로 학교에 나왔다. 물론 고등학교 때 농구하러 종종 놀러오기는 했지만 대학생으로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6년만에 초등학교 친구 유라를 다시 만나는 날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석이의 마음은 더욱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마 날씨가 이보다 더 추워도 마음은 여전히 즐거울 것이다.

이때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애타게 진동하고 있었다. 유석은 휴대폰을 꺼내었다. 디스플레이를 보니 유라의 아바타가 도착해 있었다. 휴대폰 속의 아바타는 현재 유라가 있는 위치정보를 표시해 보였다. 10분 동안만 위치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설정된 위치비서 아바타였다. 위치를 대략 살펴보니 지하철역을 나와서 걸어오고 있는 듯 했다. 조금만 있으면 저 앞의 신호등을 건널 것으로 여겨졌다. 위치상으로는 신호등을 건너고 있는 듯 했다. 유석은 휴대폰을 닫고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들 사이로 유라를 찾으려고 부지런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유라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어, 이상하다. 안 건넜나?"

유석은 다시 한번 위치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휴대폰을 꺼내서 버튼을 눌렀다. 그러는 순간 앞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유석이 아니니?"

유석은 휴대폰을 보려고 숙인 고개를 잽싸게 들었다. 예쁜 여자아이가 앞에 서 있었다. 사진하고는 많이 달라보였지만 분명 유라였다.

"어.. 유라구나!. 이야~~"

유석은 반가운 마음에 별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냥 반가움의 감탄사밖에 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이렇게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은 상당한 기쁨이었다. 특히나 한때 좋아했던 여자아이를 이렇게 성숙한 모습으로 만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순간임에 틀림없었다. 무슨 말을 하긴해야하는데.. 좀전만 해도 이런 저런 할말을 생각해 두었는데 막상 이렇게 만나니까 할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래만이야. 유석이 너 사진 그대로네.. 그런데 어릴때보다는 확실이 많이 변했구나."  유라는 빙그레 웃으면서 인사말을 건넸다.

"어어어어.. 응 그래. 정말 오래만이다." 유석이는 말을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너 많이 멋있어졌다야. 참, 내 아바타는 받았어? 내가 좀 늦어서 먼저 보냈는데."

"응, 받았어. 너도 많이 예뻐졌는데. 날씨 춥지?" 유석이는 이제서야 정신이 드는 듯 했다.

"우리 뭐 따뜻한거 마시면서 이야기할까? 오리엔테이션 모일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네" 유석이는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하며 차 한잔 마시자고 하였다.

"응. 그래. 근데 어디로 가지? 난 이 곳 지리는 하나도 모르는데. 가까운데 가면 좋겠다. 날씨가 너무 추워." 유라는 몸을 움츠리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말했다. 몸이 날씬한 유라는 추위를 유난히 타는 듯 했다. 체질적으로 피부가 두껍지 않아서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 원시 시대였다면 당장에 얼어 죽을 타입이었다. 그에 비하면 곰처럼 두꺼운 피부를 가진 유석은 바늘로 찔러도 잘 안들어 갈 듯해 보였다.

"근데, 너 여기서 꽤 많이 떨었나 보다.. 알아? 너 혀가 많이 꼬였어. 얼굴도 빨갛고." 유라는 유석이의 혀꼬인 말소리가 재미있게 들렸는지 빙그레 웃음을 띠고 있었다.

유라의 말에 유석은 쑥스러웠다. 몇 년만에 만났는데 이런 스타일 구기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속으로 날씨를 원망하였다. 그래서 더욱 따뜻한 장소로 이동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위기를 성공의 기회로 바꾸는 것도 능력이다. 유석은 일부러 더욱 혀 꼬인 소리와 재미있는 제스쳐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

"이건 너 오래만에 보니까 좋아서 얼굴이 발개진거지. 그리고 걱정마, 이 바닥은 내가 꽉 잡고 있어. 우리 집이 이곳 부근이잖아. 내가 이 곳에 풀어놓은 애들만 해도 한 트럭은 돼. 이 신호등만 다시 건너가면 괜찮은 카페가 하나 있어. 거기로 가자. 분위기도 좋고 따뜻해" 유석은 농담 비슷하게 이야기를 하며, 신호등을 가리켰다. 아직 빨간불이어서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신호등의 빨간색 캐릭터가 파랗게 바뀌면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보였다. 건너오는 사람들을 헤치며 둘은 횡단보도를 건넜다. (2편에 계속...)

---------------------------------------------------------
작가: 윤훈주(http://www.yhj.pe.kr, firehj@hanmail.net)

내용전개: 유석과 유라라는 두 주인공을 통해 유비쿼터스 라이프를 표현하고자 한다. 소설로써도 그냥 읽어도 되고 주인공이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눈여겨 봐도 좋을 듯 싶다. 단순한 시나리오 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이러한 소설 형식을 빌렸다.

유비헌터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탐험하고 누리는 주인공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