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유비헌터]

작성일:2004.3.7


[소설 유비헌터] (2) 졸업식

6년전,


유석은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발을 맞춰 뛰었다. 무슨 큰 행사가 있는 듯이 수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대부분 커다란 꽃다발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카메라도 하나씩 손에 들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면서 누군가를 축하해 주는 듯 했다. 이 날은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야, 천천히 가. 눈 내리는데 횡단보도에서 막 그렇게 뛰어다니면 어떻게 해!! 그러다 넘어져."


아이들을 꾸짖는 부모들의 말소리가 여기 저리 들렸다. 하지만 아이들한테 그런 말이 들어올리가 없었다. 그냥 빨리 가서 친구들하고 만나서 장난치고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따름이었다. 친구들하고 만나는 마지막 날이기도 해서 작별인사도 하고 할말도 많았다. 유석이도 그러한 아이들 중의 한명이었다. 하지만 유석이에게는 그러한 의미가 좀 더 특별하였다.


횡단보도를 건너 교문을 들어서자 입구에는 졸업축하 꽃을 파는 꽃 노점상들이 줄을 지어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은 사진 찍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람들 사이사이에 졸업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 아저씨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노란 완장에 사진이라는 큼직한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사진찍는 아저씨는 부모님 세대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었다. 변한게 있다면 필름 카메라 대신에 고해상도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었고 사진 필름 파는 아저씨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꽃 파는 노점상들은 꽃다발을 들어 올리며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꽃 사세요~~. 한다발에 2만원”


꽃 상인들은 꽃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 큰 소리로 외쳐대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의 독특한 마케팅도 눈에 띄었다.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며 부모님과 어린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꽃 사세요. 꽃 사~ 꽃을 사세요,꽃을 사~ 졸업 졸업 졸업 졸업 축하의 꽃을 사요~~~~"

 

"어머니, 이거 싱싱하고 좋은 꽃이에요. 저희 화원에서 직접 가져온 것인데 한번 골라보세요"


교문을 들어서는 부모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꽃 판매상들은 꽃을 열심히 권하고 있었다. 유석이의 부모님도 이런 상인들의 권유에 제일 큼직한 꽃다발을 하나 사서 유석이에게 선물했다. 가슴에 꽃다발을 안은 유석이는 꽃에 푹 파묻혀 얼굴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누가 더 큰 꽃다발을 가지고 있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여기 저기 얼굴없는 꽃사람들이 부모들과 함께 걸어다니고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꽃들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눈은 함박눈으로 바뀌고 교내 정원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하얀 눈꽃나무로 바꾸었다.

 

눈을 맞으며 1층에 들어선 유석은 머리에 잔뜩 쌓인 눈을 털어내고 있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유석이를 불렀다. 

 

"야! 유석아~. 안녕?"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명철이가 유석이를 부르면서 뛰어왔다.

 

"어. 안녕~. 지금 오는거야? 눈 많이오네. 그치?"

 

"응. 교문 들어서니까 눈이 막 쏟아지더라. 멀리서 네가 가는 것 같아서 막 뛰어왔어"


"안녕하세요?" 유석은 명철이 부모님을 발견하고는 인사를 드렸다.

 

"그래, 유석이 오래만이네. 꽃다발도 큼직한게 아주 예쁘구나. 이쪽은 유석이 아버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오시느라 길이 미끄러워서 힘드셨죠?"

 

부모님들끼리 인사를 하는 동안 유석이와 명철이는 눈짓을 하고 먼저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로 들어서자 교실은 이미 도착한 반 애들끼리 떠드느라 시끌시끌 난리법석이었다. 원래 운동장에서 치루기로 했던 졸업식이었지만 오늘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의해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교실에서 먼저 졸업장을 수여받고 실내 강당에 모여 전체 모임을 하기로 했다. 교실 뒤에서는 부모님들끼리 서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유석이는 자리로 걸어가 책상위에 꽃다발을 올려놓았다.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으로 봐서 유라는 아직 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이들은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었다. 멋지게 포즈도 잡아보고 몇 명씩 짝을 지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졸업기념으로 카메라폰을 선물받은 애들은 서로 자랑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 이번에 졸업 선물로 최신 S폰 받았다. 괜찮지? 잠만 사진찍는다. 포즈 잡아봐."

 

"찰칵!!"


"어때? 잘 나오지? 그리고 사진 편집도 돼"

 

"나도 선물 받았어. 네꺼하고 같은 회사야. 사진 이쪽으로 보내줘"

 

애들은 졸업선물로 카메라 폰을 자랑하며 사진 찍으면서 장난치고 있었다. 친한 친구들끼리는 휴대폰끼리 데이터 전송을 통해 찍은 사진을 서로 돌리며 나눠 가지고 있었다. 어떤 애들은 이 마지막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 졸업식이 끝나면 학교앞 편의점에서 스티커 사진으로 출력해서 열쇠고리로 만들자고 하기도 하였다.


"나는 와치폰 선물 받았다. 봐~~ 이거 좋지?"


"이야~~ 이거 꽤 예쁘다. 정말 졸업 선물 받은거야? 멋진데~~"


"그럼~. 이건 내가 직접 고른거야. 모양이 제일 멋져"


손목시계 형태의 와치폰을 선물로 받은 유석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랑을 하고픈 친구가 아직 오지는 않았다. 그렇다.  유라가 아직 학교에 안 온 것이었다. 오늘따라 유라가 자리가 허전해 보인적은 없는것 같았다. 졸업과 함께 유라를 보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1년동안 단짝 친구였던 유라가 졸업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는것이 이렇게 싫은것인줄은 미처 몰랐었다. 


유석은 다시 친구들과 졸업 선물을 서로 자랑 하느라 유라의 생각은 까먹었다. 내것이 좋니 네것이 좋니 서로 자랑을 하면서 놀다보니 어느 순간 뒤에서 유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들아. 안녕? 어, 유석이도 벌써 왔네. 안녕!!" 유라가 자리에 앉으면서 애들과 인사를 하고 유석이에게도 말을 건넸다.


"어, 그래. 유라구나. 좀 늦었네. 길이 막혔어?"


"아니, 아침에 좀 꾸물거리느라 집에서 늦게 출발했지 뭐야."


"글쿠나.. 참. 선물줄꺼 있는데..잠깐만"


유석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예쁘게 포장된 무언가를 꺼냈다. 유라에게 줄려고 준비한 선물이었다. 비싼것은 아니었지만 어제 백화점에 갔을때 엄마를 졸라서 산 것이었다. 서로 선물을 준비해서 주기로 약속을 했던 터였다.


"유라야, 이거 선물. 졸업 축하해" 유석은 선물을 유라에게 준비해온 선물을 유라의 손에 꼬옥 쥐어 주었다.


"우와. 정말 고마워. 잠깐. 나도 가져왔는데..음.. 여기있다. 자.. 이건 내 선물. 졸업 축하해" 유라도 가방을 열어 뒤적이더니 예쁘게 포장된 조그마한 선물상자를 꺼내어서 유석에게 주었다. 둘은 선물을 서로 주고 받으며 기분이 좋았던지 깔깔깔하고 웃었다.


"이야, 포장 예쁜데~~. 이거 네가 직접 한거야?"


"응. 내가 포장지 사서 집에서 직접 했어.. 뭐. 내가 한 안목하잖아 ㅋㅋㅋ"


"유라 네가 먼저 선물 뜯어 볼래? 원래 선물은 받으면서 주는 사람 앞에서 뜯어 보는거래잖아."

 

"응, 알았어. 정말 기대된다. 과연 뭘까?"

 

"뭐. 별거는 아니고~~" 유석은 쑥스러웠던지 머리를 긁적긁적 거리고 있었다.

 

"이거 향수잖아? 우와~ 정말 병 예쁘다. 정말 고마워. 향기도 좋은데~"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야. 울 엄마 마구 졸라서 선물 샀걸랑. ㅋㅋㅋ. 그럼 나도 선물 뜯어 봐야겠다. 음. 유라 선물은 뭘까?"

 

유석은 선물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으며 과연 어떤 선물일까 궁금해 하였다. 무게도 그리 무겁지도 않고, 크기도 크지 않고.. 글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포장을 뜯고 상자뚜껑을 열었다.

 

"우와~~ .이거 선글라스잖아. 정말 멋지다. 정말 마음에 들어. 유라야 고마워"

 

"비싼거는 아닌데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어. 인라인 스케이트 탈 때 쓰면 정말 잘 어울릴거야"

 

"이거 하나 갖고 싶었는데, 울 엄마가 안 사주셔서 정말 갖고 싶었는데. 정말 좋은데~~"

 

"저번에 인라인 스케이트 같이 타면서 네가 선글라스 갖고 싶다고 해서 그거 기억하고 있다가 이거 고른거야."

 

유석과 유라는 서로의 선물에 마음이  흡족해 하였다.

 

“근데. 유라야. 너 이번에 유학을 가면 언제 또 볼 수 있는거야? 앞으로 정말 못 보는 거야? ” 유석이는 무척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아니 정말 아쉽고 섭섭했다.


“음. 아마. 대학갈 때 쯤 해서 한국에 돌아올꺼야. 울 엄마가 그랬어. 그때 다시 볼 수 있을거야. 그리고 반장이 그러는데  우리반 졸업 홈페이지를 벌써 만들었다던데. 미국가면 거기에다 글하고 사진 자주 올릴께.”


“응. 글쿠나. 그래도 이렇게 헤어진다는게 정말 섭섭하다. 보고 싶을꺼야.”


유석과 유라는 6학년때 단짝이었다. 학기초에 자리 배치를 한후부터 한번도 떨어져 본적이 없었다. 이름이 비슷해서 친구들로부터 유패밀리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였다.


유라가 유학을 가게 된 것은 유라의 친척분들이 대부분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문제로 고민을 하던 유라의 부모님은 졸업을 하게 되면서 유라의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유라와 유라의 어머님만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뭐. 유라의 아버님은 요즘 말하는 기러기 아빠가 된 것이다.

 

유석은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사회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원다니고 과외를 해야만 하는 사회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유석은 그런 사회적 이유 때문에 유라와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싫었다.

 

"유라야. 미국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잘 지내. 자  악수.. " 유석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그래. 너도 잘 지내고. 중학교 가서 왕따같은건 당하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

 

유석과 유라는 이렇게 해서 마지막 작별을 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나고 대학 입학을 하게 되면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3편에 계속)

 

<해설>
2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졸업선물로 가장 받고 싶어하는 휴대폰을 소재로 하였다. 어른들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휴대폰 문화가 많이 발전해 있다. 카메라폰, 스마트폰, 와치폰으로 불리우는 여러 가지 형태의 휴대폰 제품들이 형성되어 있다.

 

졸업선물로 향수와 선글라스를 주고 받는데 이러한 사물들에 컴퓨팅 능력을 부여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연구되어 있다. 향수병의 뚜껑을 열면 음악소리가 나는 것은 MIT대학에서 연구중이다. 이것은 향수병이라는 사물에 대한 인간의 감성을 더욱 키워주는 개념이다.

 

선글라스는 사실 Wearable computer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안경형 display이다.

 

2편에서는 이러한 사물들에 구체적인 컴퓨팅 능력을 부여하지 않았으나 인간 생활에 있어서 상당히 친숙한 사물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즉,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인간중심의 개념이며, 실생활에서 친숙하게 사용하는 사물들에 컴퓨팅 능력을 부여하게 된다.

 

국내의 교육문제에 의한 유학, 기러기 아빠와 같은 사회적 문제도 약간 언급을 하였다.

*참고 자료

 초등생도 휴대폰이 필요한 세상
http://woman.chosun.com/t_right_zigzag.asp?aid=200204024119

휴대폰에 밀려나 동방예의지국
http://www.khan.co.kr/eye1/html/7.html